‘황혼의 화가들’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 휴스턴 수채화반 “헤쳐 모였다”
■ 40~90대까지 형님 아우하며 성장
■ 내년 5월 전시회도 계획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목요수채화반’으로 더 친숙한 휴스턴 수채화반(지도 이병선 화가)이 휴스턴 동포사회 안에서 활동해온 지 올해로 13년째를 맡는다. 허리케인 하비와 코로나19로 2017년과 2020년 전시회를 갖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총 10회 전시회도 성황리에 열며 그림 기초가 없는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을 선사해왔다. 휴스턴 동포사회의 문화 수준을 업그레드 했다는 평가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난 해 3월 이후 대면 모임을 갖지 못했던 휴스턴 수채화반은 1년 4개월 만인 지난 13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모임과 매월 2회 이병선 화가의 출장 지도를 받는 정기 모임을 재개했다. 20일(화) 한인회관 도서실에서 만난 회원들은 어스틴에서 온 이병선 화백도 함께 자리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회원 한 분이 돌아가셨고 이주한 회원도 있지만, 대신 신입 회원 2명이 합류하며 총 18명 안팎의 회원들이 저마다의 감성으로 화폭을 물들일 계획이다.
회원들의 미적 성향과 가족상황까지 꿰뚫고 있는 이병선 화가는 “오랜 세월 함께 해오면서 그림 실력은 물론 외로운 이민사회에서 가족 못지않은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회원들도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몸이 아픈지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부터 된다”면서 단순한 친교 모임 이상으로 순수 예술이 매개가 되어 함께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도 각자 성장해가는 공통의 기쁨을 동호회의 장수 비결로 뽑고 있었다. 한 회원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거의 집안에 갇혀 있는 상황이었지만 붓과 도화지에 몰두할 수 있어 위안이 되었다면서 새삼 수채화반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병선 화백은 “이제는 혼자서도 좋은 작품들을 완성할 능력들을 각자 갖추었지만, 간혹 그림 작업에 리듬이 깨지거나 슬럼프에 빠진 경우에 전문가의 지도와 격려가 필요하다”면서,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완성도를 높이도록 지도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병선 화백은 휴스턴과 어스틴에서 각각 수채화반을 지도하고 있다.(https://leebyoungsun.com/contact)
샌안토니오에서 거주하다 6년 전 페어랜드로 이주했다는 심광자(Shim Tremain) 회원은 우연히 수채화반 정보를 알게 되었다면서도, 나이 80을 넘어 새롭게 뭘 시작한다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채화반 모임에 처음 참석하고 난 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어느 회원의 완성된 작품을 보며, ‘야, 진짜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더욱이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은 회원들의 나이었다. 대부분 60-9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부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그분들의 굽히지 않는 마음을 존경하고 싶다. ‘황혼의 화가’들. 얼마나 멋있는 이름인가?”라는 고백에서 이미 수채화반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휴스턴 수채화반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동산교회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매월 정해진 주간의 월, 화요일 2회 연속으로 이병선 화백의 지도를 받는다. 또한 내년 5월로 예정된 전시회 일정을 앞두고 회원들은 벌써부터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 문의: 이병선 화가 (832)483-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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