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한인사회 최우선 현안은 ‘언어 정의(Language Justice)’

‘언어접근에 대한 법안’(SB 2080) 주 의회 상정…우리훈또스外 노력의 결실
AAPI 안에서도 한국어 지원은 ‘열악’… 겹겹이 쌓인 차별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지난 3월 9일 주의회에 ‘Language Access for a Healthy Texas’(S.B. 2080) 법안이 정식 상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다. 일명 ‘언어 접근에 대한 법안’은 민주당 Jose Menendez 주상원의원에 의해 상정됐다.
법안은 특정 개인의 보건 및 복지 서비스 프로그램 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언어 접근 계획의 개발과 관련된다고 요약했다.
이에 대해 우리훈또스(사무총장 신현자)는 “우리 교민 모두의 염원을 담아 우리훈또스팀이 일심으로 추진해온 것 중 하나가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기쁘다.”고 즉각 반응했다.
또 “텍사스에 5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그 중 3분의 1이상이 영어에 불편함을 느끼는 해당언어에는 영어를 포함하여 스페인어, 베트남어, 아랍어, 만다린 또는 칸토니즈(중국어: 전통 및 간체 중국어 포함)와 함께 한국어가 포함돼있다. 이러한 언어가 보건복지와 관련된 공식 서류와 웹사이트 등에 표시되도록 하는 법안으로서, 2023년 9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것이 S.B. 2080의 골자”라고 부연 설명했다.
시작이 반(反)
지난 13일(월) 우리훈또스 사무실에서 만난 신현자 사무총장은 이번에 상정된 S.B. 2080 법안은 구체적으로 텍사스 주 보건국 사이트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휴스턴 시나 해리스카운티 지방정부 사이트에는 그나마 영어와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베트남어, 중국어 등의 언어지원은 웬만큼 잘되어 있는 반면 텍사스 주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건국 사이트는 영어로만 운영되고 있어 이민자들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B. 2080 법안을 자세히 보면, 모든 공개 서면자료, 양식, 신청서, 포털 신청 시스템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에서 미국 인구센서스 지역사회 조사에 따르면 인구 5만명 이상이고 그중 33% 이상에서 언어 제약을 경험하는 커뮤니티에 위의 언급한 언어들이 속해있었다. 즉 이들 커뮤니티는 정부의 건강 관련 고지나 프로그램에 대해 서면 번역이나 구두 통역을 포함하여 다양한 언어 접근 권한과 서비스 정보를 지원해주지 않는 한 텍사스 주정부가 시행하는 건강 시책에 대해 정보 전달이 늦거나 혹은 잘못된 해석, 오해, 그리고 더 나아가 루머에 취약한 계층으로 전락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도 충분히 경험했다.
이 법안은 아직 상정 단계에 있지만, 9월 1일부터 실행될 경우, 구체적으로 의도적인 아웃리치 노력이 수행되어야 하고, 공공장소에도 번역된 정보나 공고문이 게시되어야 하며, 언어접근 계획을 이행, 감독하도록 최소 한명의 언어 접근 담당관 고용, 또 서면자료, 양식, 신청서, 포털 애플리케이션 시스템과 외부 커뮤니테이션 번역과 구두통역을 제공하기 위해 다국어 위원회 및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빅
한편 S.B. 2080 가 3월 9일 상정된데 이어 다음날인 3월 10일에는 동일한 내용으로 H.B. 5166 법안도 민주당 Penny Morales Shaw 주하원의원에 의해 상정됐다. Morales Shaw 주하원의원은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위해 한인회관을 찾았었다.
이민사회를 위한 다양한 법안 중 이번 언어접근에 대한 법안은 특히 한인들이 이민생활에서 고충을 많이 받고 있는 부분으로 마땅히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건강’이라는 것에 국한된 면도 있다. 실제도 이민사회의 언어장벽은 언어가 소통의 첫 창구라는 점에서 건강 이외에도 생활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현자 사무총장은 매우 국한적이긴 하지만 ‘건강’이 가장 기본적인 생존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단 언어접근의 문제가 법의 테두리에서 국한적이긴 하더라도 보장받기 시작하면 이를 계기로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은 더 쉬워질 것이다. 뉴스와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한인 미디어의 입장에서도 정부 시스템의 언어지원은 매우 취약하다. 휴스턴시와 해리스카운티는 다민족이 살고 다양성을 가장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휴스턴시와 해리스카운티가 운영하는 정부 사이트는 영어, 스패니시, 중국어, 베트남어 정도 뿐이다. 한국어는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고 구글 자동번역기가 작동되도록 한 것이 전부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 하비나 코로나19 관련 각종 지방정부의 구호 프로그램 포털은 대부분 선착순 우선인 경우가 많은데 한인들은 막상 신청하려면 언어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늘 뒤처지기 마련이었다. 뒤늦게 한인회나 우리훈또스, 혹은 지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접근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태계 커뮤니티 역시 다양한 이민사회를 위한 압법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아태계 커뮤니티 내에서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한국어는 언어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도 불거지고, 한인사회는 아태계 안에서도 겹차별을 받게 된다. 이민활동가나 민권운동 단체들도 이러한 겹차별의 사실을 인지하고, 언어 정의가 인구가 많은 쪽으로만 쏠리는 일이 없도록 ‘언어 접근성’ 혹은 ‘언어 정의’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