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멈춰라” 아태계 연대가 먼저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아시아계 목소리는 소극적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와도 비교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아시안 증오 멈춰라” 지난 4월 2일(금) 오전 11시 벨레어 차이나타운 입구 Prosperous Paradise Spa 앞에서 알 그린 연방하원의원이 주도하는 반 아시안 폭력 및 차별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지역 관할 선출직 공무원들과 아시안 지역사회 지도자들도 연대했는데, 한인사회에서는 신창하 한인회장, 강문선 전 휴스턴아시안부동산협회장, 신현자 시민권자협회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지난 주 한인사회와 안전간담회를 가졌던 HPD Ban T. Tien 부국장도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알 그린 하원의원은 3월 28일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방문해 3월 16일 총격사건 현장 및 2명의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고 보고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발생한 65세 아시안 여성에 대한 신체적 공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반 아시안 정서의 증가로 아시안 소유 비즈니스는 부정적 영향을 받았고, 더욱 극심해진 인종차별 표출과 범죄 발생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전체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한 연대를 공식 표명했다. 지난 3월 20일 휴스턴 다운타운에서 있었던 ‘Stop AAPI Hate’ 집회에서 공언했던 약속의 이행이기도 했다.
“이미 1년 전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코커스(Congressional Asian Pacific American Caucus–CAPAC)의원들과 함께 전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칭하는 경멸적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계속해서 아시안들에게 부당한 신체적 폭력과 언어 표현이 증가했고, 급기야 1년이 지난 현재 미전역에서 아시안들에 대한 공격으로 약 3천800건이 ‘Stop AAPI Hate’에 접수된 상황이라며 개탄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의장인 주디 추(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전화 통화도 즉석에서 이뤄졌다. 주디 추 의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시아 때문이라는 뉘앙스의 언행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증오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촉구했다.

흩어졌다가도 뭉칠 때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내 증오와 극단주의 연구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약 150% 증가했다.
알 그린 연방의원은 그러나 미국에서 증오 범죄를 없애기 위한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제도적 장치 이전에 아시안 커뮤니티의 강력한 연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의 촉발이 된 애틀랜타 총격사건에서 한인여성이 4명이나 희생당해 전국이 들끓고 있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휴스턴 한인사회는 조용한 편이다. 아시안 민권단체나 중국커뮤니티의 규탄 움직임에 한두 명의 리더들이 참여하는 것이 고작이다.
오히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반아시안 정서 및 아시안 폭력 차별이 흑인사회와의 갈등으로 조장 혹은 변질될 우려도 있다. 또한 텍사스 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국계 공화당 세리 김 후보의 “중국계 이민자 원치 않는다”는 발언으로 미 공화당 한국계 연방하원 2명이 즉각 지지 철회를 발표하는 등 아시안 커뮤니티 내 균열도 막아야 한다.
안명수 총영사는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행위들은 매우 뿌리 깊다”면서, 당분간은 개개인이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한인단체들도 내부적으로 단합된 힘을 발휘하고 대외적으로 아시안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아시안 커뮤니티가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는 노력들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한편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는 4명의 한인여성들이 개인자격으로 ‘#Stop Asian Hate’ 대형 빌보드 광고판을 세웠다.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은 미국에서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동안 전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 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우리 아시아계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야 말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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