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법’ 12일 마지막 관문 통과 유력

메디케어 처방약 혜택, 본인부담금 연간 2천 달러 제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부자 증세…실질 효과 “약하다?”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11월 중간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7일(일) 미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극적으로 처리됐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승리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오는 12일 전후 미 하원만 통과하면 대통령 서명에 의해 새로운 법이 시행되게 된다. 민주당이 다수인 미 하원 통과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사실 새 법안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을 축소 수정한 것이다. 2021년 11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계속 통과 진행이 지지부진한 채로 몇 달 걸리다 축소된 규모로 다시 발의된 것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후 “오늘 상원 민주당은 특별한 이익을 놓고 미국 가정의 편에 섰다”면서 “나는 정부가 미국 가정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대통령에 출마했고 그것이 이 법안이 하는 일”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가정을 위한 것”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고령층 의약품 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담은 법안이다.
△ 기후변화(Climate): 법안에는 3천690억 달러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 조항이 들어 있다. 미국의 화석연료 전환을 가속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마켓워치는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법안의 인센티브 조항이 미국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는 미 소비자들에게 ‘소비자 가정 에너지 리베이트 프로그램’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보조금 지급 등도 포함돼있다.
△ 보건(Healthcare): 미 시니어 건강보험인 메디케어는 처방약 비용에 대해 제약회사와 협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25년부터 미국인 메디케어 가입자의 약값 지출 상한을 연간 2천 달러로 제한한다. 이번 법안 통과 전까지 1천300만 명의 미국인들이 높은 보험료를 내년까지 지급해야 했다. 지금은 의료보조금이 3년간 연장돼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 세금(Tax): 이번 법안은 소득세가 미미하거나 이를 납부하지 않는 대기업에 대해 15%의 최저세율을 부과한다. 조정 세전 이익이 3년 평균 10억 달러를 넘는 기업에 적용된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도 법안은 1%의 세금을 부과한다.

고령자 대환영 “게임체인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회의적 의견들도 많다. 공화당은 법안이 미 중산층 가계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 일자리 감소, 낮은 임금 등으로 노동가구에 타격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제조업계는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나 부품을 탑재한 차량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는 법안의 각종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등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적어도 수백만 명의 미국 노인들에게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메디케어에 가입한 노인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약품과 백신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제한하는 것이다. 2025년부터 약물에 대한 본인 부담금은 연간 2천 달러로 제한됐다. 고가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에게 희소식이다. 조사에 의하면 암,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연간 1만 달러 이상도 지출된다는 것이다.
카이저 패밀리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에 따르면 2019년 150만 명의 노인이 처방약에 2천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문제는 메디케어 수혜자의 절반이 연간 3만 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을 가진 사람들에게 상당한 절감 효과를 줄 수 있다. 2024년부터 메디케어의 저소득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한도는 현재의 135%에서 연방 빈곤선의 150%로 인상되면 약 40만 명이 추가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법안은 전반적 약 가격 인상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가 2026년부터 제약업체와 메디케어가 지불하는 금액을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 의약품을 우선 선별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인슐린에 지출해야 하는 금액을 한 달에 35달러로 제한한 조항은 초당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법안에서 삭제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50세 이상 3천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 은퇴자 커뮤니티인 AARP 는 이번 법안 상원 통과를 환영했다. 2021년 AARP 보고서에 따르면 널리 사용되는 브랜드 약품 143개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5년 동안 300% 이상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은 32% 증가에 불과했다. AARP는 처방약 가격을 낮추는 법안을 의회에 통과시키기 위해 2019년부터 6천만 달러를 광고비로 지출했고, 의회에 행동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430만명이 서명했으며, 상하원의원들에게 360만개의 이메일을 보내고 수십만 통의 전화를 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나카섹(NAKASEC)도 즉각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많은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구호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환영하고, 많은 의원들이 옳은 결정을 내려 이민자를 보호할 입볍 해결책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