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 이야기 (김정훈) – 태어난 지 6주 만에 서독에서 동독으로 간 갓난아기
11개월 만에 해제된 소련의 ‘베를린 봉쇄’로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분열되고 1950년대의 동서 냉전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이후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어서 서 베를린으로 탈출하는 동독 인구가 점차 증가하였다. 그런데 1954년 서쪽으로 이동하는 인파와 역행하여 정반대인 동쪽 즉 동 베를린을 향해 떠나가는 한 가족이 있었다. 동베를린 북쪽 템플린(Templin)이라는 작은 도시로 사목 전근을 가는 루터교 신학자이자 훗날 통일 독일 수상이 된 앙겔라 메르켈 (Angela Merkel)의 아버지 호르스트 카스너(Horst Kasner 1926-2011) 목사의 가족이었다.
카스너 목사는 당시 서독에서 남부럽지 않게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고 함부르크에서 6주 전에 탄생한 딸 앙겔라 (Angela)도 있었다. 자리 잡힌 교회와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게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정한 거처도 교회도 없는 곳으로 떠나 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고 무모한 일이었다. 이렇게 갓난아기 때 부모 따라 동독으로 이주한 앙겔라 메르켈은 그곳에서 성장하고 거기서 경력을 쌓는다. 종교에 냉담한 공산주의 사회에서 목사의 딸이라는 신분은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기 앙겔라는 대다수 동독 학생들처럼 공산당 청소년단에 가입하였다. 표면상으로 회원가입은 자유였으나 가입하지 않으면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이 있었다. 성년기에 들어선 그녀는 공산당식 성년식을 하지 않고 대신 루터교회의 종교 견진성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여러가지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최고 우등생으로 졸업했고 라이프치히 칼마르크스대학에 입학, 물리학을 전공했다. 앙겔라는 동베를린의 베를린 독일과학원 물리화학연구소에 들어가 근무하면서 1986년 양자화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990년 독일 재통일 후 그녀는 독일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1991년 독일 재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Helmut Kohl) 내각에서 여성 청소년부 장관,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0년 독일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 의장직에 취임했고,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자 수상으로 당선 된 이해 4선의 성공을 이룩했다. 소박한 시골교회에서 자란 그녀가 통일 독일의 최고 지도자가 되어 유럽의 경제위기 극복과 전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개혁을 이끌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 인물이 되었다. 최근 앙겔라는 수상의 현재 임기가 끝나면 정계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메르겔 수상에게 독일은 6분간의 따뜻한 박수갈채로 작별 인사를 했다. 이런 반응은 독일 나라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일로, 도시 전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집 발코니로 나와서 6분 동안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녀가 통치하는 동안 위반과 비리가 없었고, 그녀는 어떤 친척도 정부직에 임명하지 않았다.
그녀와 관련된 몇 가지 일화들이 있다. 18년 간 독일 정계에서 뛰어난 지도자였음에도 그녀는 동료 정치인들 사이에서 어딘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남독일 메거진(Süddeutsche magazine)과의 인터뷰에 그녀의 색다른 이면을 볼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쇼핑할 수 없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그녀의 가장 큰 두려움은 유로(euro)의 폭락이 아니라 우산 없이 폭풍우를 만나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또 다른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 “우리는 당신이 항상 같은 옷만 입고 있는 것을 주목했는데 다른 옷은 없나요?” 그러자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다른 기자가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가사 도우미가 있는지 묻자 “아니요, 나는 그런 도우미는 없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남편과 나는 우리끼리 집에서 매일 이런 일들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누가 옷을 세탁합니까? 당신이 합니까 당신의 남편이 합니까?” 물으니 “나는 옷을 손 보고 남편이 세탁기를 돌립니다. 세탁을 포함한 대부분 일은 무료 전기가 있는 밤에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파트와 이웃 사이에 방음벽이 있어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수상 앙겔라 메르켈의 인격과 가치관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전통적이고 능률적이며, 규율이 있고 검소하며, 또 조직적이고 시간을 엄수하며 동시에 유머감을 갖고 있는 독일 사람들의 일반적인 국민성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우리의 마음과 뜻과 정성을 가지고 최상의 노력을 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책임을 져야하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은사의 보관인이기 때문에 우리의 일은 그에게 드리는 감사에서 흘러나와야 한다는 참된 기독교인의 생활 윤리도덕에서 나온 것인가? 그 대답은 각자의 생각과 의견에 맡기겠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 불의를 행하는 자는 불의의 보응을 받으리니 주는 사람을 외모로 취하심이 없느니라” (골로새서 3:23-25)
김정훈
1963년 도미
Exxon Research & Engineering Co 근무
퇴직 후 현재 휴스턴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