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 이야기 (김정훈) – 친절의 위대한 힘

▲ 뉴욕 할렘가에 있는 팻지 피자집 앞에서 직원 아만도 마카지(왼쪽)와 캐런 비노코어가 수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캐런 옆에는 팻지 오너인 프랭크 브리자와 다른 직원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한달 이상 계속되었던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간 부글거리는 긴장이 결국은 끓어 넘쳐 폭행으로 폭발했다. 두 민족간 폭행이 예루살렘에서 항의와 충돌을 일으켰고 11일간의 가자(Gaza) 하마스 (Hamas -수니 파레스타인 이슬람 근본주의자 단체)와의 전쟁으로 점화됐다. 수천개의 대포들이 가자로부터 이스라엘을 향하여 발사되었고 처음에는 공습으로 보복하다가 마침내 이스라엘의 대포가 봉쇄된 팔레스티니안 엔(앙)클레이브 내의 하마스 위치들을 목표로 때리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iron dome)’ 포대가 가자에서 하마스가 쏘아 올려서 이스라엘의 인구가 밀집한 도시를 향하고 있던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시키자 불꽃이 이른 여름 밤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아랍-유대인 혼합 도시에서 일어난 폭동은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랍사람들은 이스라엘 내의 생활조건 하에서 신경이 고추 서 있었다. 그러나 한편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이스라엘의 혼합도시 내에서 평화스럽게 공존해 왔다고 말하였다. 최근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으로 인한 교착과 불평의 씨 그리고 긴장 폭발은 여러도시의 거리에서 사람들의 피를 끓어 넘치게 했다. 재산이 파괴되었고 사람들이 공격당하고 자동차에 불지르고 증오에 찬 욕설이 오고 가게 되자 사람들은 처음으로 그들의 일상 생활에서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로드(Lod-이스라엘 서방에있는 이스라엘 점령영토내의 아랍-유대인 혼합 도시)와 다른 혼합 도시에서 아랍인과 유대인 집단들은 거리에서 자동차와 그들의 가게를 불 지르고 상대편 쪽에서 자기들 쪽을 향해 오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정없이 때려 눞혔다. 두 자식과 아내를 거느린 58세의 야갈 예호슈아(Yagal Jehoshua)는 유대인 종교 모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는데 아랍폭도들이 그의 자동차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가 자동차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자 폭도들은 돌로 그의 머리를 여러 번 때렸다. 심하게 다쳤지만 야갈은 폭도들로 부터 벗어나서 자기집 입구까지 가까스로 차를 몰고 왔으나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깨어나지 못한 채 몇일간의 혼수상태에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야갈 예호슈아는 혼합도시 로드에서 아랍과 유대인 사이의 충돌 중에 돌에 맞아 사망한 것이다.

한편 여섯 아이들의 어머니인 58세의 아랍여인 란다 아와이스(Randa Aweis)는 10년 간의 기다림 끝에 콩팥 하나를 이식받고 희망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야갈 예호슈아는 장기기증 등록자였는데, 이 유대 남자와 아랍여자는 의학적으로 매치(match)되었다. 란다는 예루살렘에 있는 하다싸 의료 센터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나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다시 얘기하지만 나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이 날 살렸지요”라고 되풀이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는 누구도 해하지 않은 착한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왜 살해당했나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유대인과 아랍사람들 사이에 평화가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평화 말입니다.” 아와이스는 예호슈아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으나 그녀는 야갈의 미망인인 이레나(Irena)와 눈물로 영상 통화를 하였다. 그녀는 이식수술에서 회복된 후 직접 야갈의 가족을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야갈이 날 살렸지요. 내가 그의 가족과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할 수 없습니다.” 란다는 “우리는 이제 한 가족과 같습니다”라고 이레나에게 말하며 야갈의 숭고한 인간애에 감사를 전했다.
야갈의 동생 에피 예호슈아는 “그는 인자한 사람이었지요. 그가 큰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장기를 기증한다고 했고, 우리는 이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들은 야갈 때문에 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콩팥 하나가 어떤 아랍 여인이 살도록 돕고 있다. 란다는 “이 유대인의 콩팥이 이제는 나의 한 부분입니다”라고 말하며 “유대인과 아랍인사이의 평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녀와 야갈의 동생 에피는 “아랍사람 유대사람 하는 그런 것은 의미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모두 사람들이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야 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평화를 기원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5:44)
얼마전 뉴욕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27세 가난한 의학도 아만도 마카지(Armando Markaj)는 비싼 등록금과 집세를 위해 시간제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다가 뉴욕에서 유명한 팻지 피자집(Patsy’s Pizzeria)에 고용되었다. 팻지 피자집은 1933년 파스콸레 ‘팻지’ 란시에리 (Pasquale ‘Patsy’ Lancieri)란 사람이 오픈한 식당으로 얼마 안가서 뉴욕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피자집의 하나가 되었다. 창업주 란시에리가 죽은 뒤에 그의 부인은 프랭크 브리하 (Frank Brija) 라는 사람에게 식당을 팔았는데 그는 뉴욕 여러 지역에 팻지 분점을 열어 성공을 거두었다.
팻지의 유명세는 벽에 걸린 굉장히 많은 여러 유명인사들의 사진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관광객들과 근처 주민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인기 연예인들과 유명인사들이 이 피자집을 자주 방문하였다. 프랑크 시나트라, 딘 마틴, 그리고 토니 벤넷 같은 일류 스타들이 팻지 피자집에서 정기적으로 식사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맛있는 피자만 사먹는 것이 아니라 팻지 피자집에서 유명인사들의 사진 전시를 감상하는 것까지 주요 코스로 즐겼다.

그러던 2019년 5월 어느 날 전혀 다른 이유로 팻지 피자집이 또 한번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날은 분주한 토요일이었다. 식당은 주말에 피자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캐런 비노코어(Karen Vinocour)와 그 딸이 식당에 들어왔을 때 아만도는 여러 고객들의 시중을 드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날은 캐런 모녀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는데, 방금 전에 구입하려고 작정했던 집을 보고 온 길이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그들은 이사 절차와 계약금을 의논했는데, 캐런은 아주 흥분되고 또 행복해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피자를 먹으면서 캐런 모녀도 다른 사람들처럼 벽에 걸린 유명인사들의 사진들을 보았다. 그러다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9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피자집을 찾았던 유명 스타들의 사진 대부분이 남자들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식당을 찾아오는 유명인사들이 모두 남자들이란 말인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들을 무시해버렸다는 생각에 그만 기분이 상해버린 모녀는 고객 접대를 하고 있던 아만도를 불러서 물었다. “세상에 무슨 이유가 있어 이 식당은 여자들의 사진을 벽에 거는 것을 생략했단 말인가요?” 그들 모녀는 분명한 설명이나 이유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온 아만도의 대답은 “여자들 사진이 없기는 왜 없어요, 많이 끼어 있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캐런은 곧바로 “그렇게 많이 포함돼 있는 것 같지 않은데…”라고 응수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캐런 모녀는 아만도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오히려 아만도의 해석이 마음을 언짢게 하면서 모처럼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 기분이 상해버렸다. 그들은 보통 잘 하지 않는 결정을 하였는데, 즉 팁을 주지 않고 식당을 나와버렸다. 아만도는 손님한테서 팁을 못 받긴 했지만 그렇게 속상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는 손님 테이블에 남은 접시들을 치우다가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봉투를 열어보고는 더욱 아연실색했다. 그 속에는 $424,000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한편 캐런은 수표가 없어진 사실을 다음날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사실을 알고 당황하여 당장 팻지에 전화를 걸었지만 허둥지둥 제정신이 아니라서 엉뚱하게 다른 팻지 분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들이 영문을 알리 만무였다. 캐런은 우선 은행으로 찾아가서 잃어버린 수표를 지불금지를 해 놓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은행측은 ‘자기앞 수표’라서 당장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취소 수속을 밟으려면 최소한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도 그 기간 동안 누군가 현금으로 찾아가지 않아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캐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나중에 그때의 느낌을 고백했다. 새 집 구입에 계약금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그 돈은 그녀가 일생 저축해서 모은 것이었다. 그 돈 없이는 내 집 마련의 꿈은 영영 사라지게 되었다. 과연 $424,000 수표를 주은 사람이 이를 은행에서 현금으로 찾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그녀는 절망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그렇다. 결국 캐런은 잃었던 돈을 찾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착실하게 살아 보려고 애쓰는 식당 웨이터에게 사소한 의견충돌 때문에 팁 주기를 거부하였지만, 아만도는 그것을 말할 수 없는 친절로 갚았던 것이다. 캐런은 자신과 딸의 행실을 깊이 뉘우쳐 부끄럽게 생각했고 아만도가 명예스럽고 도덕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에 대해 겸허를 느꼈다.

세상은 친절의 행위와 우리가 다른사람을 대접하는 방도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택하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행위가 진실로 우리들과 우리 주위 사람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진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일을 도모하라” (로마서 12:17)

김정훈
1963년 도미
Exxon Research & Engineering Co 근무
퇴직 후 현재 휴스턴 거주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