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 이야기 (김정훈) – 천진난만한 황혼의 사랑
산드라 데이 오코노(Sandra Day O’Connor)는 1981년 7월 7일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으로부터 최초의 여자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로 임명되었고, 24년간 보수와 진보의 백중으로 대립된 대법원에서 ‘중도의 여왕’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균형추 역할을 잘 한 법관이었다. 그녀가 나라의 최고 법원의 최초의 여성 판사가 된 후 그녀의 남편 존 제이 오코노(John J. O’Connor) 역시 유명한 변호사였지만 그녀와 워싱턴으로 동반해 가기 위하여 피닉스(Pheonix)의 오래된 로펌의 공동경영을 포기했다. 워싱턴에 도착한 후 얼마 안 되어 한 뉴스 기자가 “아내의 보조 역할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는 “산드라의 업적이 나를 작게 위축시키지 않는다. 도리어 나를 온전하게 만든다”라고 서슴치 않고 대답했다.
산드라 대법원 판사는 자신이 유방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법관의 자리를 지켰으나 남편이 알츠하이머(Alzheimer)에 시달리게 되자 미련없이 2005년 명예로운 종신직인 대법관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것은 그녀가 자기 남편에게 갚아야 할 빚이라고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한 친구에게 “존이 나와 함께 워싱턴에 오기 위해 피닉스의 지위를 포기 했었으니 이제는 내 차례다. 나는 그를 돌봐주기 위하여 내 지위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남편이 기억력을 잃고 부인마저 몰라보는 알츠하이머 중병에 빠지자 곁에서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은퇴한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요양원에서 다른 환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키스를 하며 즐거워하는 광경을 자주 바라보게 되었지만, 산드라는 남편을 미워하거나 그 애인을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해하는 남편을 기쁘게 바라보았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는 기쁘다”. 이 말은 산드라 데이 오코너 전 연방대법관의 말 그대로다. 참으로 믿기가 힘든 말이다. 그녀의 아들 스캇(Scott)은 한 TV 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같아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며 좋아 하세요. 항상 자살 이야기만 하던 아버지가 사랑에 빠진 뒤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은퇴한 산드라 대법원 판사는 이 관계를 전혀 질투하지 않고 그녀의 남편이 요양원에서 행복한 것을 기뻐만 한다고 말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친교와 때로는 동료 환자들과 낭만적인 애정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인용하였다.
남편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리는 산드라 오코너의 사랑에 대하여 1994년 「오펠리아의 소생(Reviving Ophelia)⌟이라는 저서에서 ‘오펠리아(세익스피어 ‘햄릿’의 여자 주인공) 콤플렉스(Ophelia Complex)‘의 개념을 소개한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Mary Pipher)는 “젊어서의 사랑은 자신의 행복을 원하는 것(사랑)이고, 황혼의 사랑은 상대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사랑)이다.” 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는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다”라고 한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zer)의 말과 동감일 것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않으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 전서 13:4-7)

김정훈
1963년 도미
Exxon Research & Engineering Co 근무
퇴직 후 현재 휴스턴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