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안토니오의 “골 때리는 그녀들”

FC Basic Girls, 한인 여성사회에 부는 새 바람

2002년 여름은 한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환희를 안겨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이었다. 한국인들을 하나로 만들고, 다같이 울고 웃게 만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축구공이었다.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축구공, 그리고 그 공을 따라가는 선수들의 숨가쁜 열정은 온 대한민국을 붉은 물결로 뒤 덮게 만들었다.
어느 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또 다른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에서는 축구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이제는 “아재”가 되어버린 중년 스포츠 스타들의 축구에 대한 도전을 그린 <뭉쳐야 찬다>, 축구공이라면 생전 접해보지 않았던 여자들의 축구 도전기를 그린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는 용기와 열정, 끈기가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리고 너무나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들이 그려내는 축구를 향한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의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텍사스 샌안토니오에도 이런 도전을 실천하고자 뭉친 한인 여자축구팀이 있다. 지난 3월 5일 토요일 첫 모임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축구를 즐기는 “FC Basic Girls”가 바로 그들이다. 많이 모이면 8명 남짓, 이 조그마한 축구 모임은,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면서 여자들의 축구에 대한 도전에 감명을 받은 리디아라는 한 한인 여자 청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리디아는 “주변에서 축구를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고, 또 축구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서 주변의 친구들을 모으고 모아서, 마침내 3월부터 정식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살면서 축구공을 만져본 적이 없는,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일명 ‘축알못’이라는 사실이다. 아직은 한 팀도 꾸릴 수 없는 적은 숫자이고 축구공과 축구 룰이 아직은 어색할 때도 있지만 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메시,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보다도 더 진심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 2시간 정도의 모임을 갖는데, 처음 1시간은 다치기 않기 위한 기본적인 몸풀기, 그리고 기본적인 패스와 드리블, 그리고 슈팅 연습을 한다. 첫 모임 때는 공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공이 이곳 저곳으로 날아다녔지만 약 한 달이 지나면서 공과 꽤나 친해졌다. 이제 제법 패스를 주고받고,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드리블 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연습의 후반부 1시간은 간단한 미니게임을 즐긴다. 아직은 스킬도 전술도 아마추어 수준도 되지 않기에 다소 정신없어 보이긴 하지만 공을 차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즐거움이 넘쳐 보인다.
이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리디아는 “앞으로 이 모임을 지속해 나가면서 샌안토니오의 한인 여자 청년을 대표하는 축구팀으로 시에서 열리는 작은 대회에라도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그는 “비록 전문적인 코치나 장비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목표를 향해 매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웃었다.
모임시간과 장소는 매주 토요일 아침 10시 또는 저녁 8시에 UT Health Gold Gym 앞 축구장이며, 샌 안토니오에 거주하는 한인 여자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타 자세한 문의 사항은 카카오톡 아이디 ‘ancjoo’를 통해 연락하면 된다.
ANC Basic Girls 축구모임이 샌안토니오 한인 여성 커뮤니티에 신선한 축구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기사제공 : 구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