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심송무 시인) – 이제는 당당히 한국어로 진행하자

외부에서도 참석하는 회의라는 김도수 한인회장의 연락을 받고 참석했으나, 우선 많은 참석 인원에 놀랬다. 해외 교포 최대 조직인 평통 회의였기에 수긍이 갔다. 규모, 시설,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이곳 한인회관이 어떤 회의도 할 수 있도록 개수돼 김회장의 수고가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 한국 두 회사의 악수장면에 바이든 대통령이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는 뉴스에 내 작은 눈도 번쩍 떠졌다. 한국의 SK(선경)와 LG(금성), 두 회사가 싸움을 끝내고 합의한 장면을 목격했기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는 것이다. SK가 애틀랜타에 2만명 고용 예정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및 미국 자동차 공장에 이를 조달하려 하자 배터리 기술의 선두주자 LG가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SK가 영업기밀을 빼내 갔다고 제소, 이에 ITC가 SK의 미국 내 영업금지를 결정했다. 이후 SK는 대통령의 비토권에 호소했고 바이든은 비토권을 행사해야 하느냐, 공장설립 중단을 허용하고 국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느냐의 갈림길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고민을 LG가 2조원을 받고 소를 취하했기에 대통령을 춤추게 했다는 것이다. 이 뉴스야 말로 한국 유사 이래 처음의 감격 뉴스가 아닐까?
며칠 전 끝난 한미정상회담도 우리를 감격케 하는 빅뉴스였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달려간 일본 수상은 축하의례 방문이었다면, 한미정상회담은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실익을 챙기는 최초의 회담이었고, 받기만 하던 위치에서 이제는 국력이 격상돼 부탁을 들어주는 위치로 바뀐 회담이었다. 모든 면에서 협력을 약속, 백신은 한국 개발에 문제가 있어 단기간 받는 대신 한국에서 어려운 임상실험을 거쳐 개발된 백신을 앞으로 한국에서도 생산하는 체제에 합의했고, 자주국방에 필요한 미사일 제한을 풀어 장거리 미사일, 우주진출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수 정치인들은 지금도 일본을 제치고 앞서 나가는데 의구심을 느끼고 있으나, 이미 일본을 추월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주저없이 앞서 나가야 하고, 뒤쳐진 세대는 앞서가는 세대를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이제 일본은 한국의 동향을 살피기에 분주하다는 일본 언론들의 자조에 안주하지 말고, 자주국방에 필요한 전시작전권 등을 인수받아 우리 국토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이제 한국은 논쟁을 거듭하면서도 민의를 존중하고 정도를 일탈하지 않는 정치 전통만 세운다면 곧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에서 갖는 우리의 행사인데 왜 꼭 영어로 해야 하냐는 의문이 앞섰다. 이제 40년 역사를 가진 우리 회의이기에 한국어를 이해 못하는 우리 후손들이나 극소수의 외국인들에게는 동시 통역 등 다른 방법을 갖춰주고 모국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물론 안명수 총영사 같은 분이 외국인들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우리가 30년 넘게 미국에 사는 동안 한국은 너무나 변했다. 이제 동남아 및 중동에서는 한국유학을 위해 한국어 학습이 인기라고 한다. 외국 노동자들조차 볼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잡역부들은 물론 고급 기술직도 한국에 와서 배워가거나 근무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한국어 학습에 매우 맹렬하게 몰두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국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의를 많은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기에 참석이나 의견 개진에 어려움이 없었는지 따져 봐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회의장을 떠났다.

심송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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