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조의석 목사) -101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
지난 주 나의 칼럼의 주제는 “간결한 것이 아름답다”는 독일 건축가의 한 마디였다. 사흘 전 한 신문에 이제 90세 된 한국의 한 조각가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그는 올해 90번 째 성탄절을 맞았지만 아직도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했다. 구태여 표현하자면 인생은 하늘에 걸린 조각 한 점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형석 교수는 올해 101세를 맞았고 여전히 집필과 강연을 하고있는 최고령 철학자이고, 작가이다. 그가 80세 된 제자와 단둘이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 가운데 삶을 돌이켜 보면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고 고백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라… 그러면 사랑이 없는 고생도 있다는 말인데 그런 고생은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고생은 하지만 거기에 사랑이 있으면 고생이 힘들지 않고 오히려 행복이 머문다는 것이 그 분의 삶의 경험이다. 돌아가신 한동대 김영길 총장이 한 말 ‘힘들게 공부해서 남주자’는 것과 같다.
그는 ‘100세를 살아보니’ 라는 주제로 심심찮게 신문에 칼럼도 연재하는데 뭐 인생을 달관한 사람의 표현보다는 그저 아주 쉽게 초등학생에게 인생 경험을 들려주듯 자신이 살아온 길을 이야기한다.
나는 얼마 전 대강절 주일 설교를 하면서 이 분과 마광수 교수를 비교하며 둘다 한때 유명한 연세대 교수이고, 둘 다 65세에 은퇴한 사람인데 마교수는 삶의 허무를 이기지 못해 일찍 세상을 버렸고, 김형석 교수님은 80세 때 약 1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1년을 쉬었는데 너무 심심하고 보람이 없어 다시 집필과 강연 등을 열심히 하면서 이제 100세를 넘기셨다. 그리고 10여 년 전 사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가끔 후배들이 “여자 친구를 소개해 드릴까요?” 물으면 “No” 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 두신다고 한다.
자기만의 유익을 위한 고생이 아니라 사랑이 있는 고생, 열심히 일해서 얻은 수익을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퍼주기도 하는 그런 삶. 만나는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때가 온다는 위로를 심어주는 삶, 사랑이 있는 고생…
그냥 돈 많이 벌어 잘 살고자 하는 고생이 아니라 고생해서라도 뭔가를 이루어 남과 나누고자 하는 이유가 있는 부지런함… 이런 삶이 아름답다.
그것이 남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 자신에게 행복이었다는 진솔한 고백.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서로 책임을 지자고 권면한다.
한 해가 저문다. 100세가 넘도록 살아도 하나도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는 그 분의 꼿꼿한 삶이 부럽고 물 흐르듯 부드럽게 남을 포용하는 포근함이 가슴에 벅차다.
하나님은 인간을 참 신비하게 지으셨다. 자기만을 사랑하며 안으로 향한다고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고생해도 거기에 사랑의 마음이 머물면 행복을 느끼도록 지으셨으니 말이다.
*그동안 <명언과 사람사는 이야기>를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2년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란 제목으로 ‘생명’ , ‘별’, ‘사랑’ 을 주제로 한 시인이자 수필가 조의석 목사님의 진솔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조의석 목사
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목사, 수필가.
저서: 수필집 <별에게 묻는다> (2021)
수필집 <블루보넷 향기> (2010)
시집 <거듭남>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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