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조의석 목사) – 시인 나태주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 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 나태주 의 ‘풀꽃’ 이라는 시이다. 아주 간결하고 쉬운 몇 마디가 아름답고 의미있는 시가 되어 우리 곁에 다가온다. 꽃을 구태여 나눌 필요가 있겠는가 마는 꽃집에 있는 잘 다듬어진 꽃이 있고, 고급 빌라 혹은 호텔 창문에 꽂혀 있는 화려한 꽃이 있다. 유럽 특히 동유럽 그리고 가까이에는 뉴올리언즈 프렌치 쿼터에 가면 창문에 길게 늘여 뜨려진 꽃장식이 예쁘다. 그런 꽃만 예쁠까?

들에 핀 이름 모를 풀꽃들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산책길 어느 들녁에서 혹은 높은 산을 오르다 어느 산중턱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름모를 작은 꽃, 한참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그 꽃도 참 선선하고 수줍고 예쁘다. 아무도 심지않고 돌보지 않았는데 어찌 예쁘게 피었을까. 지나가는 바람이 내리는 빗방울이 그리고 따뜻한 햇볕이 그를 쓰다듬고 키우기 때문이다.

오래전 이제는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얕으막한 산을 오르다가 언뜻 무언가를 발견하고 발길을 멈추었다. 잘 안보이는 구석진 나무밑에 핑크빛깔 이름모를 작은 꽃이 무더기로 피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올만큼 예뻤다. 어머 세상에나! 나는 한참을 서서 그 꽃을 보다가 어렵사리 이별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다시 만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태주 시인은 평범한 사람이다. 평생 초등학교 선생을 하다가 늙었고, 충청도 공주에서 평생을 보낸 시골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꾸밈이 없는 시가 더 친밀이 다가오는 것 같다. 괴테나 톨스토이가 아니어도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함이 그의 시에서 묻어난다.

우리 집 앞마당에 여름이면 조선 여인의 하얀 모시 적삼처럼 핀 꽃도 예쁘고 향기롭다. 언젠가 텍사스 들판에 나가 무성한 잡초 속에 핀 그다지 예쁠 것도 없는 키가 큰 꽃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누워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그 볼품없는 꽃이 아주 멋지게 나왔다. 파아란 하늘이 배경이 되어주어 그를 살렸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예쁜 것이 어찌 꽃만이랴! 편견을 떨치고 오래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워 지는 것은 사람이다. 때로 본인은 못생겼다고 스스로가 마음에 안든다고 고민하는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그리고 사랑의 마음으로 보면 그만의 개성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창조주의 작품인데 허투루 지었을 리가 없다. 시드는 꽃도 나이들어 깊게 패인 주름마저도 향기를 머금는다.

오래 보고 있노라면 느껴지는 것은 생김새만이 아니다. 그의 품성 인격이 내게로 다가온다. 잔잔한 꽃향기가 내게 날아와 스며들 듯이 사람의 품성은 가슴 따뜻한 온기로 다가와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한다. 인자함, 청순, 겸손, 부지런함…

자세히 보면, 오래 바라보면 너도 아름다운 사람이고 나도 그렇다.

나태주의 <풀 꽃> 3편은 이렇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조의석 목사
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목사, 수필가.
저서: 수필집 <블루보넷 향기>(2010), 시집 <거듭남>(1991)
832-212-3339
Ischo6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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