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조의석 목사) – 극작가 조광하 :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엄마가 쓰다 듬던 손길이야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가 동생 동호에게 들려주는 노래)
엄마의 따뜻한 손길은 영원한 고향처럼 그립다. 나이들면 잊을 것 같지만 웬 걸, 내가 이제 나이들어 세상에 없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더 사무치게 그리운 때가 있다. 내가 어머니에게 사랑만 받고 갚지 못한 아픔때문에 더 절절하게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극본 조광하, 작곡 윤일상) 위의 명언은 뮤지컬 가운데 “살다보면”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이다. 송화역으로 나오는 차지연, 이지람이 이 노래를 부른다.
동호는 소리에 미친 아버지 유봉이 결국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반항하며 아버지를 떠난다. 송화는 아버지 곁에 남고 득음을 위해 노력하지만 동호를 그리워 하는 마음 때문에 소리가 잘 되지 않는다. 유봉은 한을 심어주고자 송화의 눈이 멀게 하고 그 소리에 한이 베일 때까지 송화를 훈련한다. 송화는 득음의 경지에 이르고, 유봉이 죽은지 몇 십년 후 소리할 곳을 찾아 세상을 떠돈다. 수소문하여 송화가 머물고 있는 주막에 찾아온 동호를 만나 밤새 소리하고 북을 치며 한을 풀어낸다.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말은 엄마가 한 소리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삶이 된다. 죽지 못해 사는 인생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한맺히고 거칠은 삶에도 기쁨과 눈물이 있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엄마가 쓰다 듬던 손길이야
눈을 감고 소리를 질러봐
아픈 마음 날아가네.
어릴적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이를 잠 재우며 아이를 쓰다 듬는다. 손으로 머리를 빗기고 아픈 배를 만져주고 고사리 같은 손발을 주물러 준다. 그 손길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들의 추억속에 머문다. 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엄마를 사무치게 보고 싶은 동호에게 송화는 눈을 감고 따스한 기운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보라고 노래한다. 엄마의 손길을 느끼면 거친 세상이 부드러워지고 미워했던 사람도 사랑할 마음이 돋아난다.
그 사랑은 집나간 자녀에게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사랑,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시는 예수의 사랑과 맏닿아 있다. 미국 사람들은 그렇게 시원하게, 때로는 포근하게 부는 바람을 Breeze 라고 표현한다. Wind 와는 다르다.
한 밤 눈을 뜨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라. 영혼의 눈을 떠서 하늘을 보면 인자한 눈빛과 따스한 손길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
녹녹치 않은 사회 현실을 헤쳐나가야 하는 이들에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꿈을 다 펼칠수 없는 유소년들에게 살다보면 살아진다고 말할 수 밖에 없지만 엄마의 손길같은 따스함을 선물하고 싶다.
나의 어머니는 그 이름조차 불리우지 못하고 그저 시집 온 마음 이름을 따서 ‘처레댁’ 이라고 불리우고 ‘누구의 에미’라고 불리웠다.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자기 입에 가져가기 보다 항상 자식들을 먹여야 마음이 기뻤다. 그렇게 다 베풀고도 나이 들어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식을 위해 기도의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
눈을 감으면 어머니의 거칠지만 약손같은 따스한 손길이 지금도 내 가슴 언저리에 바람이 되어 머문다.
조의석 목사
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목사, 수필가.
저서: 수필집 <블루보넷 향기>(2010), 시집 <거듭남>(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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