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Nan Reyna) – 정든 곳을 떠나 살면서
새가 지저귄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숲은 시원하다.
살아가는 것, 내 안에 하나님이 있기에 이만큼 살아가는 것 아닐까?
사방은 온통 긴 여름에 내 마음은 왜 이리도 여름이 더딘가. 마음의 메마름은 슬픔이나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동할 수 없는 무딤과 무관심을 갖고 살아온 것 아닐까?
어느 날 “눈이 빠지도록 널 기다렸다”고 내게 눈을 흘기며 마실 물을 건네주던 고마운 친구야. 내 앞에서 너만은 항상 늙지 않은 어린아이로 남아 있었으면 싶다. 넓은 대지 같은 친구이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너를 사랑하던 아름다운 기억을 그대로 안고 갈 거야.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설렘으로 가득했던 그 기다림의 순간들을 피워 갈 거야.
사람은 가고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진정 우리의 우정은 아음다운 기도의 시작이구나. 친구야, 주님 오늘도 감사했다고 마음속으로 자리했던 기쁨, 슬픔, 근심, 불안, 모든 것 두려웠던 어둠의 순간들도 당신께 봉헌합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는 이 끝기도의 은혜로운 시간을 새롭게 감사드립니다.
늙으면 오만가지가 다 고장이 나는 것 같다.
어느 날부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지 3주 지나니 걷지를 못해 병원에서 무릎에 주사를 놓아 주었다. 얼마나 아픈지, 시시때때로 몸이 아플 때가 많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아픔과 오랫동안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한 것들 착하고 충성되게 살았다. 울분과 시간과 미움이 쌓이다보면 눈덩이처럼 커지겠지…. 내 마음에 몰래 들어와 눈 녹듯이 녹는 날이 오겠지.
휴스턴 도시에 살다 켄터키 시골에 와서 실려니 모든 게 불편했다.
난들 어찌하리까. 어머니라는 울타리를 뛰어 넘고 싶은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절염으로 온 뼈가 아프다.
지난 6월 1일 휴스턴에 가는 날, 아이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휴스턴에 도착하니 한국에 온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많은 나눔과 정겨운 목소리들이 많이 그리웠다.
그리운 나의 친구들. 젊을 때 같이 애들 키우고 고생할 때 친구들… 이제는 나이 들어 76세다. 반가웠다.
인생은 근심걱정의 연속인가…
이른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유난히도 목소리가 신선한 문득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사람의 가슴엔 그리움이 내린다. 내 안의 사람은 아니지만 늘 기다려지는 그 사람, 멀지만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그 사람은 나에게 없다. 나도 모르게 어느 틈에 그리움이 되어버린 그 한사람이 있기에 오늘도 아름답다.
때로는 살아있는 날이 바로 축복이다.
오늘 하루도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최대한 기쁨으로 싱그러운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 3층 베란다에서 보는 경치는 멋있다. 새가 지저귄다. 즐거움이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이다. 우리네 삶의 한 주도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기를 소원해본다.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은 무지개마냥 각기 다른 색깔의 그림을 그리고 지우고 하는 행복 찾아가기, 원하는 길을 그려갈 것이라 생각한다. 초라한들 늙음을 막아줄 장사는 없다. 찬란하다한들 젊음을 지켜줄 장사가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면을 다듬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사랑받기란 여간해 쉽지 않고 나의 삶을 하나님 아버지의 삶으로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겸손해지고, 고통, 슬픔, 기쁨, 회한도… 마음이 따뜻하고 강한 사람은 타인을 품어줄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상처주지 않는다. 감춤 없이 내 안에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것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 세상에서 이 작은 행복을 누리고 살아가는 것운 내안에 하나님이 있기에…
처음에는 켄터키에서 못 살 것 같았다. 휴스턴에서 살아온 50년이란 세월이 그리웠다. 거의 매일 그리워 울었다. 나의 제 2의 고향이다. 여러 사람의 기도와 어느 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하나님이 지난 것은 다 잊고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게 하셨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교회에 나가니 좋은 성도님들, 목사님, 친구들… 황야에서 솟아나는 샘물 같다. 귀한 인연,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Power thought: I am expecting God to do good things in my life.
어느 오후 켄터키에서
8/12/2022 Nan Re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