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김 엘리사) – 펠리컨을 만나다

“와~~ 저 새들 뭐예요? 백조들인가? 입이 저렇게 길고 크네!”
“푸른 호수와 넘 어울리는 저 화려한 하얀 색 좀 봐요!!”
“날개를 살짝 들어올린 자태가 넘 멋있어요!”
Edinburg Scenic Wetlands 북쪽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아름다운 철새들의 멋진 공연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급기야는 보란듯이 우리 앞을 지난다.
청명한 가을 오후 햇살을 등에 업고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펠리컨을 진짜 처음 본다.
우연히 찾아온 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뜻밖의 횡재다.

Roald dahl 책에서 보던 예쁘고 익살스런 입이 엄청 큰 그 새는,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에서 “사랑 깊은 펠리컨, 주 예수님…” 이라 언급하며
예수님을 펠리컨 새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새끼들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갈 때 어미가 부리로 자기 가슴을 쪼아,
그 피로 새끼들을 먹여 살리는 대신 자신은 죽어가는 습성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펠리컨은 새끼들을 위해 8주동안 자신의 입속에서 절반 정도 소화된 음식물로
새끼들을 먹여 키우며 그렇게 육추 기간을 지나야 비로소
새끼를 둥우리를 떠나 보내어 독립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에 의존하는 사람들이야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님’을 펠리컨에 비유하는
13세기경의 상징화를 어찌 이해하려 하겠냐마는,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믿음을 바라보는 자에게만 보여지는 일들은,
기적이 존재함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사진 작가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와 호수 위 철새들의 갖가지 자맥질의 귀여운
향연을 한참동안 즐기며 철새조류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까지 듣고 나니
철새들의 이동길이 신비로운 기적 같은 일로 다가왔다.
이곳 호수에서 머무는 기간은 두 달…
더 따뜻한 곳, 더 따뜻한 환경을 찾아 멕시코 남부지역으로 떠난다는 펠리컨…

그렇다.
우리는 한인이다.
모든 것이 외따로워진 고국의 지구 반대편 이곳에서
한참동안 웃음을 잊어버린 우리 부부에게 활짝 소리 내어 실컷 웃을 수 있게 해준 사람이 있다.
참 따뜻한 사람! 그는 하나님이 주신 가장 위대한 천상의 선물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사소한 농담에도! 통쾌하게 상대를 웃게 만드는 능력!
25년여의 이방인의 모습이 아닌 불굴의 시간들을 웃음과 따뜻함으로 헤쳐온 사람!
자신에게 주어진 평범한 숙명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웃음!
눈물을 뛰어 넘어 쟁취한 시민권자 미국인! 아니! 그는 영원한 불굴의 한국인!
그 분은 이름까지 Sunny다.

펠리컨도 나도 내 친구도 내 이웃도, 생명이 살아 있는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추운 곳, 추운 환경, 추운 사람을 떠나,
포근하고 정감 있고 사랑과 배려 있는 곳에 머물고 싶어한다.

인간! 알고 보면 오직 그것 위해 사는 것!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따뜻하게!
떠나지 않게!
할 수 있을 뿐이다.

김 엘리사 (chalet7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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