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 뿌리 두 나무

“재미대한체육회와 재미대한장애인체육회는 한 뿌리를 갖고 있고, 미주 250만 한인동포들의 스포츠 활동을 대표하는 단체다.” 이 말은 재미대한체육회 정주현 회장이 지난 17일 제 1회 전미주장애인체전 개회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굳이 축사를 빌리지 않아도 휴스턴 장애인 선수들이 거둔 종합 2위 성적은 휴스턴 체육회(회장 유유리) 없이는 불가능했다. DPA 장애인부모회 송철 회장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 장애인 자녀들이 체전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난 해 휴스턴 장애인체육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과연 무엇을 하겠느냐”며 DPA 부모들조차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또 동포사회로부터 늘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손 내밀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 2년 넘게 리더십 부재 상태였던 휴스턴 체육회 전·현직 회장단과 임원들은 “우리가 아니면 누가 도우랴”하며 자발적으로 장애인체전 준비위원회 임원직을 도맡았다. 이들이 앞에 서지 않았다면 2021년 휴스턴 한인장애인 송년의 밤, 2022년 기금마련 골프대회는 부족하나마 소기(所期)의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체전 동행은 더 강행군이었다. 대회기간은 17(금)-18일(토) 이었지만 임원들은 10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도 15일(수) 차량 밴에 물건을 가득 싣고 12시간 걸리는 캔사스시티로 향했다. 뒷좌석에는 선수입장식에 입을 40벌 가까운 궁중의상 상자들과 선수 및 가족들에게 줄 선물백들이 하나 가득했다. 종이백 안에는 컵라면, 햇반, 과자류, 믹스커피, 마스크, 손세정제, 그리고 목욕 타월까지…준비한 이의 속 깊은 마음이 꽉 차 있었다. 또 공항픽업을 비롯한 궂은일도 임원들 몫이었다. 이런 진심들이 통해 선수, 가족, 임원들은 어느새 한 몸이 되었고 주요 경기 때마다 응원가를 부르고 “휴스턴 파이팅!”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쭈삣거리며 주저하던 선수들도 “잘한다!”, “괜찮아~”, “구~웃 잡!!” 하는 응원 소리에 하나 둘 용기를 냈고, 어디서 그런 힘과 게임을 읽는 눈까지 있었는지 승리의 순간마다 함께 부둥키며 감격을 나누었다. 장애인선수와 가족들에게 이번 체전 참가는 메달 숫자만으로 가치 평가 할 수 없다. 그 때 그 날 짜릿한 도전과 승리의 기쁨, 그리고 묵직한 응원은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일 것이다. 휴스턴 체육회도 값진 성과가 있었다. 재미대한체육회에서 단체 등록이 취소되기 직전 가까스로 체육회 명맥만 살려놓은 상태에서, 그동안 분산됐던 힘을 응집하는데, 이번 전미주장애인체전은 더없이 시의적절한 단합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변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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