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기규제 vs. 정신건강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샌안토니오 근교 히스패닉 집성 소도시에서 여름방학을 이틀 앞둔 24일(화)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9명의 어린학생들과 2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부상당했다.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참사 직전에는 달라스 한인타운과 뉴욕에서 인종 증오범죄형 총기사건이 발생했다. 텍사스 유밸디 초등학교 총격사건은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사건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참사이고, 텍사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된 학교 총기 사건이며, 10명이 숨졌던 휴스턴 샌타페이 고등학교 총격사건 이후 4년 만에 참사로 기록된다. 총기난사범은 고등학교 자퇴생으로 18세를 기념해 총기를 구입한 뒤 무작정 초등학교의 한 4학년 클래스에 들어가 무차별 난사를 했다. 지금 미국은 충격과 슬픔과 분노로 혼란스럽다. 이제 총기 사고는 언제 어디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었고,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사고 직후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과 알 그린 연방하원의원 등 민주당 관료와 정치인들은 일제히 의회와 주지사들이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25일(수) 그렉 에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참사의 가장 큰 문제를 정신건강 문제로 일축하며 지역사회 모두가 나서서 희생자 가족과 정신건강 서비스에 전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기자회견 중간 민주당의 베토 오루크 텍사스주지사 후보는 단상 앞까지 나와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했다. 주지사 측에서는 선거를 염두한 정치적 행동을 그만두라고 고함치는 등 이번 총기난사 참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총기 규제에 느슨한 입장을 보였던 공화당의 발목을 잡을 공산도 커졌다. 가난한 이민사회를 한순간에 눈물바다로 만들어놓은 유밸디 초등학교 참사… 극도의 슬픔과 분노로 혼란스러운 주민들은 과연 이 사건을 총기 폭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신건강이 미약한 개인의 행동으로 볼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총기 폭력이나 정신건강 문제 모두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공통과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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