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뒷산 소나무부터 천상의 꽃무리까지”

보리 갤러리 차대덕 화백 회고전에 휴스턴 미술 애호가들 총출동

By 양원호 기자
kjhou2000@yahoo.com
지난 10월9일(토) 오후 5시부터 보리갤러리에서 열린 차대덕 화백의 회고전 오프닝 리셉션에는 휴스턴의 미술애호가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해 화랑을 가득 매웠다.
노화백의 ‘회고전’은 말 그대로 50여년의 세월동안 그가 걸어온 예술가로서의 여정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발걸음마다 붙들어 메었다.
보리 갤러리에 걸린 작품들을 통해, 1970년대 극사실주의 조류를 이끌었던 홍대 출신의 젊은 화가에서, 스스로 이민자가 되어 ‘이방인의 노래’로 대표되는 작품들, 걸프전을 전후 해 정치적 주장에 강렬하게 영향을 받았던 시기, 그리고 배우자와의 사별을 겪으며, 이제는 강렬한 현실보다 천상에서 아내를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는 천상의 꽃무리 연작들까지 각 시기들 별로 작가의 마음에 비친 표상들이 각각의 작품으로 현현되어 있다.
하나의 작품에서 한 시기를 볼 수 도 있지만, 각각의 작품에 몇 개의 특징이 혼재되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다. ‘산을 지키는 소나무’에서 고향 뒷산의 소나무를 꿈에 보는 이민자나, 굴곡 많은 이민사회 내에서 꿋꿋이 현장을 지키는 이민자 화가로서의 작가를 찾아보거나, 소나무의 거친 표면을 사실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기법에서 극사실주의 표현법이 체화된 작가를 보기도 한다.
이같은 특징은 갈베스톤의 파도 연작에서도, 오랜만에 밟은 한국 여행길에서 가져온 코스모스에서도 혼재되어 보인다. 길가에 핀 고향의 코스모스를 그린 작품에서 고향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땅을 떠나와 사는 이민자로서의 외로움이 함께 보이는 식이다.
천상의 꽃무리 연작에서는 더하다. 극사실주의의 틀을 벗어나 어쩌면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이상향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도, 꽃들의 색채와 화려함은 같은 작가가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렸을 때보다 오히려 더 밝고 좋은 그러면서도 강렬한 무언가를 함께 전해 준다.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개인전이지만 작가의 인생을 만나게 해주는 회고전은 흔치 않다. 이번 보리 갤러리측이 마련해 준 뜻깊은 회고전을 통해, 더 많은 휴스턴 동포들이 차대덕 화백의 77년여의 삶을 함께 되돌아보면서, 평생에 걸쳐 그려온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공감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 바란다.